덕수궁을돌아보다.
野隱.글.그림
발목을 다친후로 먼곳을 가기도 그렇고 산을 오른다는것에는 더더욱
불편할것같아서 집에만있자하니 지루해서 베낭을 울러메고
남대문 시장을 쭈욱 둘러보았다.
북적대는 인파속에 끌려가고 밀려가는 발길에도 눈빛은 옛그리움을 찾는다.
비릿한 골목에 맛갈진 생선조림 식당은 없어지고 가게를 하려고 깔금하게
단정된 모습으로 공사중 이었다.
실로 얼마만에 이 시장길을 걸어보는것인가?
10년 아니야 20년 아니 24년쯤 된듯싶다.
무심한 세월에 나의 마음도 그렇게 따라서 흘러왔나보다.
골라골라 하면서 흥겨운 리듬으로 목청것 부르짓던 광경의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정 스러운 모습이었다.
켐코더로 찍자고 양해를 구하니 거절을 하기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서 옛날에
그집 자장면집을 찾아보았다.
신세계 백화점옆골목에 있었는데 다른건물이 들어서서 두눈을 휘둥거리게 하였다.
참으로 많이도 다녔었는데 친구들이랑 당구를치다가 배가 고프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달려가 사먹곤 하였는데....
싸늘한 바람이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아픔에 무정함을 스스로 질책 하면서
홀연히 시장을 나와서 숭의문을 바라보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보면서 몇걸음 걸으니 대한문이 보이기에
1000원의 입장료를 내고서 뜰안으로 들어갔다.
젊은날의 추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간다.
벤치에 앉아서 커피한잔을 마시며 싱긋이 웃어본다.
모든것이 한때인것을 정녕 내것인양 앙탈을 부리던 그날의 그시간들이
꼬깃꼬깃 구겨진 휴지조각으로 남아서 허울좋은 껍데기로 바람결에 나뒹군다.
어짜피 잊고지나온 무지인것을 돌이켜본들 무엇하리...
빗살바랜 창살틈으로 휭휭한 바람이 내마음을 아프게한다.
광화문으로 다가와서 옛날에 극장터 건물에 한발 밀어넣고 머쓱한 자세로
서있자니 계단을 오르려하는 사람들이 힐긋힐긋 처다보면서 올라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화를 꺼내어서 전화를 하였다.
벨소리가 몇번인가 울리고 나니까 친구녀석의 음성이 들려온다.
왠일이냐.
응 너의사무실 근처인데 나오련.....
응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 이잖아 나 지금 집에있으니까 어데 찻집에 들어가서
차한잔 마시고 있어 바로갈께.
그래 ...
옛날에 그 극장 건물이야 이근처에 있으니까 오면서 전화해...
아참 차가지고 오지말고 택시타고와 너 술 즐기잖아 내가 한술살께...
기다린다.
이따가보자 뚝.....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앉은 죽마고우의 손을잡으면서부터 욕지거리...
이래서 코흘리게 친구는 영원 하다고 하나보다.
11명중 2명은 저세상으로 돌아가고 남은 9명은 끈끈한 우정으로 세월을
한잔술에 담아 마시는데 불러도 대답없는 사람들을 그리며 목젖에 타오르는 그리움으로 잔을 체우고 들이킨다.
말없이 몇순배 나누며 오늘의 일들을 이야기하니까.
친구는 이렇게 말을하면서 나를 위로한다.
같은 마음을 일터인데 말이다.
잊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조용히 가슴에 묻자꾸나.
누가 먼저일 수는 있어도 순서는 없는것이니까.....
그래 그러자꾸나.
너를 만나서 위로가 되는구나.
그래서 너는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살고 나는 이곳에 오면 보이지 않는 추억으로
가슴을 저미니 오기싫어 그래도 괜찮치...
내마음 이해할 수 있지...라고 말을하니 친구는 말없이 내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을한다.
때를 모르고 피어나는 개나리 처럼 앙탈을 부린다하여도 따뜻함은 때가 되어야 오는거야
내일은 누구일까를 생각하면서 살자꾸나.
친구야 응...
그래 그러자꾸나...
19일 날이 우리들의 모임이지 그날은 멋지게 놀아보자꾸나.
맛있는 식사와 낮술을 마시고 헤어져 집에오니 그녀석이 집사람에게 전화하여 오늘 이야기를
다하고 마음이 않좋은듯하니 위로좀해주라고 부탁을 하였다는군요.
생일이 나보다 20일 늦는데 꼭 형같단 말이야 짜식...
2009.12.15.tue
21:0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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