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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

by 아 리 랑s 2021. 5. 26.

배웅

野隱. 글. 그림

산행을 마치고 다소 지친 걸음으로 터벅터벅 내려오는 하산길에 외딴집 마당에 피어있는 꽃들이

참 예쁘게도 피어있어 들어서려는데 목줄이 걸려있는 멍멍이가 왜 무단출입하느냐고 짖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집주인을 부르니 논에 가셨는지 밭에 가셨는지 인기척이 없기에 마당의 평상에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꺼내어 들고서 멍멍이에게 초콜릿 한 조각 던져주니 냉큼 먹어치우고

조용하게 바라만 보고 있더군요?

 

사람이나 짐승 아니 멍멍이나 모두에게 뇌물은 말썽이 안 나면 보약인데 탈이 나면 독약이라지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피식 웃으며 몇 개의 꽃들을 찍고서 배낭을 챙겨 메고 나오는데 집주인이신

내외분을 만났기에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고 허락도 없이 마당에 들어와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니 노익장께서 하시는 말씀이 당신 자신도 꽃을 좋아해서 많이 심어놓으니 이따금 등산객이 불쑥

들어와 말없이 사진을 찍는 것에 분개하며 나가라고 고성을 지르며 내쫓아내는 일들이 빈번한데

 

먼저 보고 사과의 말을 해주어서 기분 좋다 하시며 시간이 괜찮으면 잠시 들와와 차 한잔 하자고

하시기에 조금 전에 배낭을 내려놓았던 평상에 앉아있으려니 부인께서 커피를 타주 시기에 맛있게 마시며

세상의 무례함을 이야기하며 30분~40분 정도 대화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저녁 식사하고 가라는

두 분의 인사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돌아서며 다음에 이곳에 올 적에는 꼭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니 반가운 손짓을 하시며 꼭 그렇게 하시라며 배웅을 해주시는 정겨운 하산길 이랍니다.

2021.05.26.wed

05:2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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