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칸트의 경우처럼 장려한 자연을 매개로 하기보다는 훼손된 자연, 혹은 캄캄한 문명의 그늘을 매개하여 숭고를 체험하기에 이른 것은 아닐까. 때문에 오늘날 내 앞에 펼쳐진 온갖 부정적 현상들 앞에서 정신이 감지하는 무한의 이념은 어느 때보다 소중해졌다. 이제 총체성을 사유하는 그 이념이 인간의 능력 안에서 오롯한 것이라면 우리는 <착한 귀>와 <부드러운 눈>을 가지기 위하여 어느 때보다 몸부림쳐야 할 것이다. 숭고에 다다르지는 못하더라도 숭고의 감각,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구차한 일상은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한영옥
태어나는 순간 모든 인간은 문학적 수업시절로 들어가 죽는 순간까지 참으로 다양한 수업시절을 거치다 가는 것이다. 게 중에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수업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수업도 있으리라. 문학은 그 시간들에 대한 순정한 성찰과 성실한 기록이리라.
- 이경림
거침 없는 통속이다. 그러나 이 통속 속에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으니 통속 바깥에서 시를 구할 생각 말라고 그때 그 친구가 목숨을 걸고 내게 던져준 시론이기도 하다.
- 이화은
허세는 떡잎 좋은 시인을 버린다. 시인은 귀를 막고 정진할 따름이며 적어도 한 10년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열심히 써야 할 것이다. 귀 따갑게 들어도 모자란 말이 고통스러운 <기초 시작 연마 10년>이다. 시인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 김강태
어린 시절부터 시를 꿈꿔 왔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피상이고 관념이었던 것 같다. 삶과 언어가 따로 놀아 어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시기, 수사와 멋으로 언어를 속이려 한 불구의 시기이기도 했다.
시의 언어란 어떤 대상과 대상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찰나의 언어를 줍는 것이라면, 바로 그때 언어에 대한 섬세한 섬광이 일었던 것 같다. 내 갈증이란 그런 정교함과 섬세함에 대한 매혹이 아니었나 싶다.
몸으로 접근하지 않은 모든 것은 가짜다. 누추하고 보잘 것 없고 버려진 일상들이 오히려 삶의 진정한 모습을 닮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이 뛰었다. 그것도 몸의 일이다. 그 와중에서 나는 언어와 분리할 수 없는 사람의 무게를 느낀 듯하다. 나는 그걸 받아 적었다. 시를 쓰는 자세가 삶을 대하는 자세와 다르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몸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던 정신, 즉 관념의 덩어리를 미련없이 버린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 이규리
마르틴 하이데거에 따르면 예술 작품이 우리로 하여금 이제까지의 보지 못했던 것 즉 존재자의 존재를 보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시의 본질도 재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의 발견인 것이지요.
- 정영운
시를 써놓고 수없이 고칩니다. 시와 즐겁게 논다고 생각하며 고칩니다. 묘사를 기초로 하는 시를 씁니다. 잘못해서 설명이 되고 주장이 될까봐 진술에는 조심을 많이 합니다. 묘사의 아름다움과 힘 있는 진술이 한께 어울려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 허의행
소통이 되면서 외적인 묘사가 내밀성이 되며 사물성이 그대로 내면화가 되는 시를 쓸 수는 없을까? 타인과 세계의 숨겨진 내면, 작은 사물의 깊이가 우주의 깊이로 확산하는 시를 쓸 수는 없을까? 시는 여전히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세잔느는 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모델을 150번이나 앉히고 정물화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100번이나 같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 정영선
나에게 시는 우주의 근원 즉, 말과 행위가 분리되지 않은 <태초의 언어>를 찾기 위한 신앙적 탐험이며, 궁극적 구원을 위한 수련의 방편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별도의 신앙이 없는 나에게 시구 하나 하나는 절박한 기도이자 주문이기 때문이다.
- 김규성
선한 에너지를 가진 시는 읽는 이를 선하게 진동시킨다.
- 신지혜
열린 상처 위에 바른 머큐럼액의 핏줄 속에 드러나는 砂金의 입자들, 그것이 시인 것이다.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 좋은 시를 쓸 때에만 시인이라는 황지우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 이성렬
누군가는 그의 시를 읽으며 쓸쓸하고 가파른 저녁을 한결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인은 그 한 사람을 위해 시를 쓰는 것일게다.
- 이경수
<현대시학>(2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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